일출.
다들 추워서 제대로 못잤다고 했지만,
난 나의 오리털침낭 덕에 아주 흐뭇하게 자고 일어났다.
제쎌메르로 돌아가는 길.
이때쯤 되니 엉덩이랑 허리가 아파서 차라리 걸어가고 싶어졌다.
나 예뻐요?
힘들어선지 너무 조용했던 친구들.
잠시 쉬고 다시 낙타타고 출발.
이젠 아예 지겨워져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다행히도 무사히 도착.
도중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계속 타고 왔다.
다들 지친 기색.
어떤 사람은 푸쉬카르 - 제쎌메르 7일동안 낙타 사파리도 한다는데, 사람이길 포기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고은, 은지 자매도 거의 정상이 아닌 듯 하다.
은근 친구들한테 괄시?받던 상인이.
난 여기서 3일 묵었는데, 주인인 뽈루가 숙박비에 도통 관심이 없어서, 상인이 방에 공짜로 하루 묵었다.
혜정씨.
소개가 늦었는데, 타이타닉 호텔에서 주방보조 하면서 장기 투숙하는 중.
나랑 음악적인 코드가 비슷해 얘기가 좀 통했다.
제쎌메르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영걸이랑 제쎌메르 성에 다시 한번 올라왔다.
포대 앞에서 제쎌메르 성을 배경으로.
이 정도면 어쌔신 크리드 분위기?
영걸이가 친해졌다던, 어느 호텔 사장님.
뭐라고 둘이 대화를 하는데, 리스닝 딸리는 나는 옆에서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홍차가 10루피, 250원이다.
노을 질 무렵.
제쎌메르는 점점 황금색으로 변해간다.
아, 그리고 이곳에서도 엽서를 보냈다.
주명진(피렌체), 오채영(라우터브루넨), 양호열(다나까), 박원제(마에노),
김순호(유희열), 박소민(바르셀로나), 박하현(베네치아), 현일유(메이)
영걸이 이 녀석도, 나랑 비슷하게 특이한 물품에 관심이 많아서,
터번이라던가, 전통악기라던가.
살까 말까 하는거 내가 질러버리라고 꼬셔서 꽤 긴 흥정 끝에(500루피) 겟 해버렸다.
낙타 사파리 같이 한 친구들이랑 마지막 파티.
주인인 뽈루가 파티 열어준다고 해놓고, 위스키 한병 던져주고 사라져 버려서,
나머지 음식들은, 노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사야만 했다.
내일은 오랜만에 나 홀로 다른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
이제 내가 갈 곳도 3곳 밖에 안남았고,
여행이 끝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