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Piazza 2009. 2. 20. 03:22




갑자기 코속에서 뭔가 흐르는게 느껴졌다. 설마하고 손등으로 살짝 훔쳐보니 피다. 평소와 달리 흘러내릴 정도라 닦을 휴지도 없어 길에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내가 항상 여행할때 마다 왼쪽손목에 감아놓는 손수건을 풀어 재빨리 막았다. 4거리 도로 한가운데 있는 분수, 그곳으로 뛰어가 씻었다. 분수 관리자 인듯한 사람이 제지하려다 내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오히려 걱정하는 모습이다. 괜찮다는 인사를 한 다음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제부터였다. 사막에서의 하룻밤 뿐만 아니라 요즘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랜드 택시 안에서 코피를 쏟았고, 세수를 하다가도 그랬었다. 하긴 요즘 또 안먹기도 했다. 숙소에서 나오는 간단한, 정말 간단한, 빵 두조각에 차 한잔이 하루 식사의 다였으니. 입맛도 없어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긴것도 여러번이었고.
돌아갈 날은 앞으로 5일 뒤다.




모로코에서의 시간을 이겨내고, 스페인으로 넘어왔다. 지브롤터 해협을 배로 건넜다는 의미 단 하나로 꽤 고생을 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다시 그나마 친근한 스페인, 그라나다. 스페인의 여러도시들 가운데 그라나다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전 이곳에서의 추억이 너무 가슴에 남았었기 때문에 다시 온거다. 약간은 흐린 날씨가 결국 알람브라 궁전 앞에서 비를 만나게 했다. 비가 점차 거세어져 도심과 궁전을 연결하는 작은 버스에 몸을 실을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저곳에서 그라나다의 풍경을 직접 다시 느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지나쳐가는 버스를 탓할 수 밖에 없다. 홀로 이 도시에 서있는 나는 오늘 밤 버스를 타고 발렌시아로 향하고 내일은 그렇게도 원했던 곳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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